놓쳐서는 안 될 친환경 정책 ‘택소노미(Taxonomy)’ 5분 요약

지난 2월 2일, 유럽연합(EU)이 원자력 발전과 천연가스를 녹색 에너지로 분류하는 규정을 확정·발의하며 ‘그린 택소노미’의 시행이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활동들이 큰 관심을 받는 지금, 택소노미는 놓쳐선 안 될 중요한 정책입니다.

친환경 에너지의 기준, 세금과는 관계가 없다!

택소노미(Taxonomy)는 ‘분류체계’라는 뜻입니다. 그리스어로 분류하다(taxis)와 법, 과학(nomos)이란 단어가 합쳐져 탄생했습니다. 무엇이든 분류할 수 있지만, 산업계에서는 보통 ‘그린(Green)’, 즉 환경과 관련된 기준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온실가스 감축과 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친환경 산업’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녹색 분류체계’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친환경 산업을 선별, 지정하고 이에 대해 금융, 세제 혜택을 지원해서 투자가 활성화 되도록 돕는 것입니다. 세금을 뜻하는 ‘Tax’가 포함되어 있어서 많이 오해받지만, 사실 세금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2018년 3월, EU는 ‘지속가능한 성장 지원에 관한 행동 계획(Action Plan on Financing Sustainable Growth)’을 통해 택소노미를 위한 분류체계 수립을 촉구했습니다. 이후 2020년 6월에는 EU의 행정부 격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택소노미 규정(Taxonomy Regulation, 이하 TR)’을 발표합니다. TR은 택소노미의 전반적인 구성과 6대 환경목표 그리고 4가지 기본 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2021년 12월 31일 공개된 택소노미 초안이 바로 이 TR을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올해 2월 2일. 드디어 택소노미 최종안이 발표됐습니다. 원전, 천연가스가 택소노미에 포함되었으며, EU는 이에 대해 ‘재생에너지가 주 에너지원이 되는 미래에 과도기적 역할을 한다’는 판단을 덧붙였습니다. 큰 문제가 없다면 택소노미는 2023년 1월 최종 시행될 예정입니다.

위 이미지에 나와있는 ‘EU 택소노미 4개 기본 원칙’ 조건들을 모두 충족했을 때 택소노미로 인정, 친환경 산업으로서 투자 및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비단 에너지 뿐만 아니라 제조업, 교통, 운송 등의 업종도 택소노미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탄소중립 기술을 활용하거나 온실가스 감축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단서를 달아서 말이죠.

원전과 천연가스가 택소노미로 인정받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조건들!

신규 원전의 경우 2045년 이전에 건설 허가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또한 건설 국가가 프로젝트 승인일 현재 방사성 폐기물 관리와 원전 폐기를 위한 기금을 마련해야 하고,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을 운영하기 위한 세부 단계가 포함된 계획을 문서화된 형태로 보유해야 한다는 등의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천연가스는 전력 1킬로와트시(kWh)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270g을 넘으면 안 됩니다. 또한 오염을 더 많이 일으키는 기존 석탄 발전소를 대체해 2030년 말까지 건설 허가를 획득해야 하고, 2035년 말까지 재생가능 또는 저탄소 연료로 100% 가동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습니다.

택소노미를 둘러싼 조건이 조금은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매이리드 맥기네스 EU 금융 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은 택소노미가 “기후 중립으로의 힘든 전환을 위해 원자력과 천연가스가 어떻게 공헌할 수 있을지 제시한 것”이라며, “녹색 분류에 포함되기 위한 조건을 엄격하게 부과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속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의 기준 택소노미. 탄탄한 기준만큼 그 중요성이 느껴집니다.

EU 택소노미에는 있고, K 택소노미에는 없다?

우리나라 상황에 맞춘 에너지 분류 기준인 ‘K 택소노미’는 EU보다 몇 달 앞선 2021년 12월 30일 최종 발의됐습니다. EU의 6대 환경목표와 궤를 같이하는 K 택소노미는 크게 ‘녹색 부문’과 ‘전환 부문’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여기에는 총 69개의 세부 경제 활동이 제시되어 있어요. 전환 부문에서 원전이 제외됐고 천연가스가 조건부로 포함됐다는 점에서 EU 택소노미와는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택소노미로 인정받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친환경 조건들도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천연가스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설계 명세서 기준 340g 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 이내이고 설계수명 기간 평균 250g CO2eq 달성을 위한 감축 계획을 제시할 경우에만 2030년까지 인정해 준다고 합니다. 이후 향후 기술 동향 등을 고려해 최대 2035년까지도 연장 가능토록 조건을 달았고요. 이외에도 블루수소는 2030년까지 녹색 경제 활동으로 분류한다고 세부 조항을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발의된 K 택소노미는 앞으로 1년간 시범적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수정안을 만들어 2~3년 주기로 K 택소노미를 재정비한다고 합니다. 원전 포함 여부에 대해서는 환경부가 다시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기후 변화에 다른 위험이 어느 때보다 급격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지구, 친환경 에너지 발전을 위해택소노미가 필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