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집단에너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과 보급이 가속화되면서 전력수요 급증이 글로벌 전력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공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기본 실무안’에 따르면 2038년 우리나라의 전력 수요는 지난해(98.3GW)보다 31GW(31.5%) 늘어난 129.3GW(기가와트)로 예상됐습니다. 인공지능(AI) 보급에 따른 데이터센터 신설, 반도체 사업 확대에 더해 산업 부문을 중심으로 한 전기화 수요 등이 증가되면서 국내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그러나 전력 소모가 큰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조성되는 데 반해 발전소는 주로 지방에 위치하여 지역별 전력의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는 상황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서울은 연간 전력 생산량이 5,115GWh인 반면 소비량이 49,219GWh로 자급률이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경북, 충남, 강원, 전남 등은 생산량이 소비량을 훨씬 초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균형은 송전선로의 과부하를 유발하여, 전력 안정성에 위협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대규모 송전선로 확충이 어려운 현 상황에서 송전선로 구축 없이 전력 수요 인근 지역에서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공급하는 분산에너지가 대안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분산에너지의 대표주자, 집단에너지
분산에너지 중에서도 대규모 송전선로 확충 없이 반도체 클러스터나 데이터 센터와 같은 첨단산업 부지 내에 안정적으로 열과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집단에너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집단에너지는 SMR 및 재생에너지 등 다른 에너지원보다 빠르게 주요 수요처인 수도권에 적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분산에너지원이기도 합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집단에너지 사업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집단에너지 사업이란?
집단에너지 사업은 에너지생산시설인 열병합발전(CHP, Combined Heat and Power) 등에서 열과 전기를 생산하여 이를 인근 수요처의 다수 사용자에게 일괄적으로 공급·판매하는 것을 뜻합니다. 발전과 난방이 복합된 형태로 운영되어 이를 개별적으로 생산하는 것 대비 에너지 이용효율이 30% 정도 높다는 특징을 지닙니다. 집단에너지 사업은 수요처에 따라 주택∙빌딩에 열을 공급하는 ‘지역난방 사업’과 산업용 증기를 공장에 공급하는 ‘산업단지 사업’으로 구분됩니다.
① 액화천연가스(LNG)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변전소를 거쳐 필요한 곳으로 송전합니다.
② 화력발전과정에서 열이 발생합니다. (일반적인 화력발전소에서는 냉각수를 이용해 이 열을 식힙니다.)
③ 열병합발전은 이 열을 이용해 물을 끓여 따뜻한 기체와 온수를 생산합니다.
④ 따뜻하게 데워진 기체/온수가 배관(파이프)을 통해 인근의 가정이나 공장에 공급됩니다.
집단에너지 사업의 역사
우리나라에서는 석유파동(1970년대)과 서울 올림픽(1988년)을 계기로 고효율 에너지 생산시설인 집단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습니다. 1972년 울산석유화학공단에 산업단지 집단에너지가 첫 도입된 이래, 1985년에는 서울시 목동에 열병합발전 및 쓰레기 소각로의 폐열을 이용한 지역난방 집단에너지가 도입되었습니다. 이후 1991년 집단에너지사업법이 제정됨에 따라 주택 1만 호 이상의 택지 개발 사업 시 집단에너지 공급 검토가 의무화되어 집단에너지 공급의 체계적인 보급 기반이 마련됩니다.
집단에너지 사업의 장점 1. 송전선로 최소화
집단에너지 사업은 분산에너지로서 국가 전력계통[1]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중앙집중형 발전과 달리 수요처 근처에 발전소가 위치해 대규모의 신규 송전선로를 건설할 필요가 없어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송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고, 소비자에게 안정적인 전력 전달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1] 발전, 송전, 배전, 변전 등 발전소에서부터 최종 소비처까지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연결된 망
열병합발전소가 수요처인 도심 가까이에 있는 이유는?
열병합발전을 통해 생산된 열에너지는 난방 수요가 많은 인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송출됩니다. 이때 사용지까지 에너지를 별도의 배관을 통해 직접 보내야 하므로 열병합발전소는 통상적으로 주거지와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2022년 말 기준, 전국 지역난방 공급 세대 367만 세대 중 88%인 296만 세대가 수도권∙광역시 등 도심 지역에 자리합니다.
또한 열병합발전은 사람들이 밀집한 도심에 위치하기 때문에 화석연료 중에서 대기오염물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주원료로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집단에너지 사업의 장점 2. 고효율
집단에너지 사업의 대표적인 시설인 열병합발전은 일반 발전기에서 버려지는 열을 재활용하여 일반 화력발전 대비 에너지 이용효율을 30% 향상시키는 고효율 설비입니다. 일반적인 발전 방식이 전력 생산에만 주력하는 반면, 열병합발전의 경우 전기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열과 고온부의 일부 열을 다시 스팀·온수 생산에 재활용함으로써 에너지 이용효율을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화력발전소의 에너지 이용효율이 약 50% 내외인 데 비해, 열병합발전의 효율은 약 80%에 달합니다. 이 같은 고효율의 에너지 생산은 대규모 에너지 절감, 온실가스 감축 및 미세먼지 배출 저감에 도움이 됩니다.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집단에너지
해외에서는 열병합발전의 이러한 장점을 인식하고, 집단에너지의 보급과 관련 인센티브 확대를 추진하는 추세입니다.
미국에서는 신재생에너지를 넓은 의미로 해석하여 열병합발전을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이행수단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 의무화 제도(Energy Efficiency Resource Standard, EERS)[2]를 시행하는 총 24개 중 18개 주에서 열병합발전 설비를 EERS 이행 수단으로 인정, 투자비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체에너지 의무공급제도(Alternative Energy Portfolio Standard, AEPS)를 시행하는 총 4개의 주에서는 열병합발전을 대체에너지 대상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2]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에너지공급자가 효율향상 사업을 통해 정부가 설정한 에너지 절감 목표를 달성하도록 유도하는 제도
독일은 열병합발전 보급 확대를 위해 매년 18억 유로(약 2.6조 원)의 보조금을 집행 중입니다. 2022년 기준 0.37ct/kWh(약 4.3원)를 지급했는데, 이 재원은 전기요금의 0.9%를 차지하는 '열병합발전소 부담금'을 통해 마련됐습니다.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다른 발전설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열병합발전의 장점을 인정하고, 운영 효율이 70% 이상인 고효율 열병합발전에 ‘열병합 품질 보증(CHPQA, CHP Quality Assurance)’ 인증을 부여합니다. 이 인증을 받은 열병합발전은 기후변화세를 면제받습니다. 또한, 분산에너지로 인정할 수 있는 열병합발전 생산에 사용된 LNG에 대해서는 개별소비세를 면세해 주기도 합니다.
SK이노베이션 E&S는 현재 위례, 하남 열병합발전소를 통해 서울시, 하남시, 성남시 등 인근 지역에 난방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산 기장군 정관읍에 위치한 부산정관에너지에서는 인근 지역 2.6만 가구의 안정적인 열과 전기 공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경기도 남양주 왕숙지구 및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집단에너지사업권(이하, 용인 집단에너지사업권)을 획득, 열병합발전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용인 집단에너지사업은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경제적인 열생산을 통해 국가 핵심 산업시설 중 하나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것입니다.
SK이노베이션 E&S는 집단에너지사업 이외에도 재생에너지, 수소, 에너지솔루션까지 4대 핵심사업 중심의 ‘그린 포트폴리오’로의 전환으로 미래 전기화 트렌드를 주도하는 ‘토탈 에너지 & 솔루션 컴퍼니(Total Energy & Solution Company)’로 진화해 나갈 것입니다. SK이노베이션 E&S의 발걸음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