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6일 CCUS법이 공포되며, CCUS 기술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CCUS는 산업공정이나 에너지 생산 중에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활용·저장하는 기술입니다. 이는 산업 현장 등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곳에서 대규모 탄소를 경감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는 CCUS 기술 없이 탄소 중립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이 궁금하다면? (바로가기)
CCUS법 제정과 함께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실현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SK E&S 미디어룸에서는 초대 한국 CCUS 추진단장이자 CCUS 연구 권위자인 권이균 공주대 지질환경학과 교수를 만나 CCUS법 제정의 의미와 기대되는 변화들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CCUS법 제정, 이제 시작
Q. CCUS법이 지난 2월 6일 제정·공포됐습니다. 법 제정을 위해 교수님께서도 많은 노력을 하셨죠,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이번에 만들어진 CCUS법에 대한 설명과 소감 부탁드립니다.
CCUS법은 CCUS 산업 육성에 대한 방안과 CCUS를 실행하는 데 있어 발생할 수 있는 안전이나 환경 관리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법입니다. 하위법령들이 정비되고 약 1년 정도 뒤부터 실제 법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법 제정은 많은 법률가들, 기술 전문가들, 국회와 정부가 함께 노력으로 이룬 성과로 CCUS 사업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절차들을 확립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CCUS를 주요 수단으로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시그널이라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2013년부터 약 10년간 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 와서 더욱 기쁩니다.
Q. 우리나라에서 CCUS법이 꼭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CCUS 산업은 포집, 수송, 저장, 활용 등을 아우르는 대표적인 융복합 산업입니다. 그러다 보니 20~30여 개 직접적인 관여 법률이 있고, 10~20개 정도의 간접적인 법률에도 연관돼 있었습니다. 통합적으로 CCUS 산업을 관할하지 않아 법률 간 충돌이 생길 수 있고 법률적 미비점도 있어 사업하기가 쉽지 않은 제도적 환경이었습니다.
CCUS법은 이 같은 상황을 정리하고 통합법 안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CCUS 사업자들이 손실을 보지 않도록 단기적으로 경제적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는 의미도 대단히 클 것 같습니다.
Q. 복잡하게 엉킨 선이 하나로 정리된 느낌입니다. CCUS법 시행 이후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가장 큰 변화는 CCUS 사업 실행을 위한 기준과 규범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CCUS 사업자들이 절차를 확실히 이해하고 맞춰서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SK E&S도 바로사 가스전 개발과 함께 바유운단 CC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CCS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법적,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바유운단 CCS 프로젝트와 같이 국경통과 CCS 사업을 추진할 때는 양 국가 간 기준과 규범이 일치돼야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CCUS법의 제정 없이는 어려운 부분이죠. CCUS법을 통한 법적 정비와 정부의 강력한 지원 의지가 국경 통과 CCS를 진행하는 사업자들에게 큰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CCUS법은 국제사회와 사업 파트너들에게 한국이 CCS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CCUS를 수행하는 데 있어 위상과 협상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탄소감축을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 우리나라의 전략은?
Q.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CCS 첫걸음을 내디뎠는데, 해외는 어떤가요?
노르웨이의 경우 1996년에 이미 세계 최대 CCS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연간 100만 톤 규모로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 이후에 캐나다, 미국, 호주, 일본을 포함해 산업이 발전한 선진국 중심으로 CCS 사업이 상용화된 지 오래됐고, 최근에는 중동, 동남아 지역으로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제가 CCUS에 앞장서고 있지만 처음에는 석유가스 자원을 개발하는 연구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약 20년 전 연구 현장이 캐나다였는데, 캐나다는 그때부터 화석연료를 생산하면서도 온실가스 감축을 실현하기 위해 CCS 사업을 대규모로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 현장을 목격하며 한국도 서둘러 CCS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고, 기술적 기반을 만들고자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Q. CCS가 생각보다 긴 역사를 가진 기술이었군요!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따르면 2030년까지 연간 연간 1,120만 톤의 CO₂를 CCUS로 감축한다는 목표입니다.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는 연간 약 8,500만 톤의 CO₂를 감축해 우리나라 전체 감축량의 10% 이상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Q. 포집한 CO₂를 저장할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저장공간이 충분한가요?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이 이뤄지고 있나요?
우리나라처럼 국토 면적이 좁은 나라의 경우는 저장소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국내 저장소만으로 CCS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제한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어 해외 저장소 확보를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4~5년 전부터 민간 기업 중심으로 해외 저장소 확보를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습니다. SK E&S를 필두로 시작됐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이외에도 정부나 여러 가지 기관들의 활발한 기술적, 제도적 협력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2022년 국제해사기구(IMO)[1]에 국경 통과 CCS를 추진하겠다는 선언을 기탁해 우리가 해야 하는 가장 초기적인 노력은 완수한 상태입니다. 또한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대국도 IMO 기탁을 서둘러서 추진하는 상황까지 만들어져서 제도적 걸림돌이 해소되어 가는 중입니다.
[1] 국제해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와 규정 등을 국제적으로 통일하는 국제연합 전문기구 중의 하나
Q. IMO 기탁이라는 용어가 조금 생소합니다.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탁(寄託, deposition)은 ‘부탁하여 맡겨두는 일’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가지고 있고, 외교 용어로는 국가 간 협약에 대한 수락이나 승인을 표시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다자 조약 과정의 국가 간 비준서 교환에서 오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기탁처(Depositary)를 설정하고 여기에 비준서 등을 맡기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공장에서 배출하는 CO₂ 또는 액화된 CO₂를 폐기물로 간주했습니다. IMO는 런던의정서[2]에 따라 폐기물의 해양투기와 국경통과를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의 해양 저장이나 국가 간 이동이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CCUS의 확산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며 2009년에 CO₂를 바닷속에 묻을 수 있도록 런던의정서가 개정됐습니다. 런던의정서 당사국들이 런던의정서에 대한 지지선언문을 국제해사기구(IMO)에 제출, 즉 기탁하면 그 나라는 CO₂를 자국 또는 해외의 바닷속에 묻는 것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에 맞춰 우리나라 정부도 관련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2] 해양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금지하는 국제협약인 런던협약의 부속의정서로 2019년 이전에는 자국 내에서의 CO₂ 저장만을 허용했지만 이후 잠정 적용을 선언하는 국가 간에는 수출이 가능하도록 개정
CCUS 산업은 꼭 가야 하는 길, 조속히 하위 법령 정비돼야
Q. CCUS법 제정 후 남은 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CCS, CCUS 산업은 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CCUS법 제정은 긍정적이지만 앞으로를 위해 짚어봐야 할 내용도 많습니다.
현재는 CCUS법의 법률만 제정된 것이고, 아직 하위 법령이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하위 법령에서 여러가지 기준, 규범, 인허가 절차, 검인증 과정, 표준화 등의 내용이 잘 정돈돼야 할 것입니다.
또한 CCUS는 초기 시설 구축에 투자가 많이 필요합니다. 민간기업의 CCUS 도입 및 확산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인센티브가 충분히 부여되어야 하는데 이를 국가가 제공하기 위한 법률적 근거가 구체적으로 명시될 필요가 있겠습니다.
Q. 우리보다 먼저 CCUS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 중인 해외의 경우 관련 제도들이 잘 마련돼 있을까요?
굉장히 부러운 점입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3]에 따라 CO₂ 1톤당 약 85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유럽의 경우도 탄소중립산업법에 따라 정부가 시설 장비 구축비의 50~60%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이고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놨습니다. 이외에 일본, 호주 등도 여러가지 기금이나 정부 지원을 통해 CCS 사업을 시행하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도 기업 활동을 위한 충분한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3] 미국 내 급등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된 법으로 기후변화 대응, 의료비 지원, 법인세 인상 등의 내용이 포함
Q. 우리나라 CCUS 사업 추진에 있어서 선두에 서서 열심히 활약해 주셨는데, 앞으로 좀 더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CCUS는 긴 호흡으로 봐야 할 기술이자 산업입니다. 경제와 환경의 조건 등에 따라 호흡을 같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이라는 대의를 향해 긴 호흡을 가지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CCUS 연구 권위자인 권이균 공주대 교수님을 만나봤습니다. CCUS법을 토대로 우리나라가 대규모 CCUS 인프라 구축과 기술 혁신을 이루고, 세계를 선도하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SK E&S도 CCS를 통한 탄소감축 노력에 앞장서며 책임있는 에너지 기업으로의 역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