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지속가능하게, 더 활용적이게, 더 책임감 있게’… 2024 파리 세계 스포츠 축제에서 친환경을 외치다

지난 8월 11일(현지 기준), 7월 26일부터 17일간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2024 세계 스포츠 축제(이하 파리 축제)가 막을 내렸습니다. 206개국 나라의 10,714명에 달하는 선수가 참여해 총 32개의 종목을 겨뤘습니다. 이번 파리 축제는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라는 슬로건 아래 포용을 강조하며 양성평등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이번 파리 축제의 화두 중 하나는 ‘지속가능성’이었습니다. 파리 축제는 시작 전부터 불필요한 에너지 배출을 최소화하고 탄소발자국[1]을 절반으로 줄이려는 목표를 세우는 등 친환경 대회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쳤습니다. 그 자세한 활동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인간의 활동이나 상품 소비·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코로나19 상황에서 치러진 2021 도쿄 세계 스포츠 축제, 친환경 운영을 시도하다

축제의 친환경적인 운영 노력은 도쿄에서 먼저 시작된 바 있습니다. 직전 대회인 2021 도쿄 세계 스포츠 축제(이하 도쿄 축제)에서는 성화(聖火)의 원료로 기존에 주로 쓰던 프로판 가스 대신 친환경 에너지원인 수소가 사용됐으며 경기장 내 이동 수단으로 수소차와 수소버스가 적극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메달은 폐가전제품에서 추출한 금속을 이용해 만들었고, 경기장은 1964년 도쿄 축제 당시 사용했던 시설을 최대한 재이용했습니다. 총 42개 경기장 중 24개가 기존에 지어진 시설이었습니다. 축구 등 일부 경기는 타지역 경기장을 사용해 건물 건축에 따른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번 파리 축제에서 사용된 골판지 침대 역시 도쿄에서 처음 시도되었습니다.

역사상 가장 친환경적인 대회를 목표한 파리 축제

1924년 이후 100년 만에 파리에서 열린 이번 축제는 코로나19 유행이 종식된 후 정상적인 규모로 개최된 첫 대회였습니다. 파리 조직 위원회(이하 조직위)는 파리가 최종 개최지로 선정되기 전부터 파리 축제를 “역사상 가장 친환경적인 대회로 치르겠다”고 선언하며, 탄소 배출량을 2012년 런던(340만 톤)과 2016년 리우(360만 톤)의 절반(50%)으로 줄이겠다[2]고 밝혔습니다.

[2] 단,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치러진 2021년 도쿄 축제는 비교 대상에서 제외

조직위가 고려한 탄소 배출량의 범위는 이전 대회에 비해 넓습니다. 관중석, 텐트, 테니스 공 등 경기와 관련된 자산 생산 시 발생하는 탄소량부터 관중의 이동과 같은 간접적인 탄소발자국(스코프 3)[3]까지 모두 탄소 배출량 계산에 포함되었습니다. 탄소 배출량 감축을 향한 조직위의 이러한 노력은 파리 기후변화협약[4]을 철저히 준수하며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인 ‘생태 전환 로드맵[5]’을 예정대로 수행하겠다는 프랑스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3] Scope, 기업의 탄소 배출을 성격과 측정 범위에 따라서 구분한 것. ▲스코프 1은 직접 배출 ▲스코프 2는 간접 배출, 통제 범위 내의 탄소 ▲스코프 3은 간접 배출, 통제 범위를 벗어난 탄소를 뜻함.
[4] 2015년 파리에서 약 190개국 정상이 모여 지구 가열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적극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합의한 협약. 파리협약이라고도 불리며 산업화 이전 지구 평균기온보다 1.5℃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음.
[5] 2023년 8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에 의해 발표된 정책으로 2030년까지 화석연료 의존도를 60%에서 40%로 줄이고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1990년 4억 3,000만 톤 대비 55% 줄인 2억 7,000만 톤까지 감축할 것을 목표로 함.

목재의 적극 활용

프랑스는 환경법과 RE2020(환경규제 2020) 등의 법령을 통해 건축 시 목재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 숲 2024(France Bois 2024) 프로젝트’를 통해 파리 축제에서 자국 목재를 50% 이상 사용하도록 법적으로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목재를 이용해 건물을 지으면 알루미늄 대비 1/791, 철강 대비 1/191 정도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목조 건축 1동(약 100㎡)은 이산화탄소 40톤에 달하는 감축 효과를 냅니다.

이번 대회에서 목재를 활용한 대표적인 건축물로 실내 수영장 아쿠아틱 센터(Aquatic Center)가 있습니다. 이 수영장은 전체 목재의 30~40%를 프랑스 내에서 직접 조달하여 자국 목재 사용 비율을 50% 이상으로 맞추는 ‘프랑스 숲 2024’ 프로젝트의 목표에 근접하게 건축되었습니다. 또한, 80m에 달하는 지붕을 목재로 제작하였으며, 그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프랑스에서 가장 큰 도시형 태양광 발전소로 자리 잡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선수촌과 레슬링 경기장인 ‘샹 드 마르스 아레나(Champ de Mars Arena)’ 역시 목재로 건축되었습니다.

재이용과 재활용

파리 축제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경기장의 95% 이상을 관광명소, 전시장 등의 기존 시설을 이용했습니다. 새로 지어진 건축물로는 선수촌, 수영장, 체조 배드민턴 경기장 등이 있으며 이중 선수촌은 모든 축제가 끝난 뒤 새로운 주거 및 비즈니스 공간으로 재활용될 예정입니다.

또한 금메달과 은메달은 100% 재활용된 소재로 제작했습니다. 메달 뒷면에는 프랑스를 상징하는 육각형 모양의 철조각이 담겨있으며, 이 철조각은 에펠탑 개보수 과정에서 철거해 보관했던 것을 재활용한 것입니다. 더불어 일회용품의 사용은 최소한으로 줄였습니다. 관중은 일회용 페트병에 담긴 음료를 사먹는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컵을 이용해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700개의 음료 및 식수대에서 원하는 만큼 음료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조직위는 이번 대회를 지속가능한 축제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대회 기간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상쇄하고자, 3년 동안 파리 시내 곳곳에 17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지역 사회 생태계 복원에 매진했습니다. 또한, 대회 장소를 오가는 모든 대중교통의 동력으로 전기 에너지를 사용해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였습니다.

한편, 이러한 조직위의 노력과 별개로 이번 파리 축제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불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축제의 공식 후원사 중 일부가 그린워싱 기업으로 선정된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조직위가 내세운 친환경 정책의 실효성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센강을 수영 가능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15억 유로(약 2조 2,565억 원)이상 투자했지만, 수질이 악화되어 경기가 연기되거나 선수들이 수질 논란을 이유로 대회를 포기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더불어 지난 몇 년간 기록적인 폭염을 겪었음에도 선수들의 건강·컨디션 악화 등을 고려하지 않고 탄소 중립을 이유로 에어컨 사용을 금지한 점 역시 비판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조직위는 문제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센강은 지속적인 검사를 통해 수질이 안정화되었을 때 경기를 진행하거나, 임시 에어컨 2,500대를 설치하고 각 참가국이 자체 비용으로 에어컨을 주문·설치하는 것을 허용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대회 현장에서 소비되지 않고 남은 샌드위치, 도시락 등의 음식을 파리 시내 빈민들을 위해 매일 기부하는가 하면, 최근 확장세로 돌아선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대회 기간 동안 바이러스 확산 방지 조치를 강화하는 노력을 보여줬습니다.

끝으로 국내의 한 환경 전문가는 파리 축제에 대해 “새로운 경기장을 많이 짓지 않고 기존 경기장을 재활용함으로써 이후 개최지들에 지속가능한 올림픽 운영의 긍정적인 사례를 제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후 지속가능한 대회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되기 전에 축제 위원회가 좀더 획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기후변화 대응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친환경을 위한 많은 노력과 크고 작은 논란 속에 2024 파리 축제가 막을 내렸습니다. 친환경 축제에 대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앞으로도 세계 스포츠 축제가 지속가능한 대회로 발전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