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라이즈 군산’은 ‘청년’과 ‘창업’이라는 키워드 아래 진행된 도시재생사업(Renewable City Project)입니다. 미국의 브루클린과 독일의 베를린처럼 성공적인 도시 변혁과 지역 활성화를 끌어내려는 목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로컬라이즈 군산’은 2019년 SK E&S와 취·창업 전문 교육 기관 언더독스가 함께 시작해 지금까지 로컬이라는 공간, 청년이라는 대상, 창업이라는 방식을 접목해 새로운 업(業) 모델을 제시하고 도시를 살리는(UP) 실험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진행된 ‘로컬라이즈 캠프’에서 성공적으로 군산에 안착한 로컬 창업팀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의 ‘함께 일하고 배우고 어울리며 사는’ 모습을 함께 살펴 보시죠.
1. 군산 섬에서 나는 김으로 군산을 섬기며 운영하다, ‘군산섬김’
‘군산섬김’의 김종빈 대표는 군산 고군산군도 중 하나인 비안도에서 김 양식장을 하는 아버지를 통해 일찍이 김 양식을 배웠습니다. 김종빈 대표의 부모님은 어부로서 삶이 힘들기 때문에 가업을 전하는 것을 꺼리셨지만, 김 대표는 군산에서 재배해도 서천 김, 대천 김 등 다른 지역명으로 김이 팔리는 현실을 개선하고 싶었습니다.
Q. ‘군산섬김’만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A: ‘군산섬김’은 깨끗한 바다와 갯벌의 영양을 두루 받은 서해안 김답게, 뒷맛이 비리지 않고 씹을수록 단맛이 올라온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군산섬김’이라는 이름에서부터 소비자들이 군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로컬 브랜드라는 것도 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어부인 아버지가 채취한 김을 직접 브랜딩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A: 내색은 잘 안 하시지만 정말 좋아하십니다. 군산 김 자체가 시장에 유통되는 경우가 드문데, 제품 자체에 군산이 적혀 있어 자부심이 크신 것 같습니다. 가끔 김 관련 설명이나 영상 촬영을 부탁드리면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십니다.
Q. ‘군산섬김’ 창업 과정에서 ‘SK E&S’와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그램이 어떤 역할을 했나요?
A: 사업을 시작하며 시제품을 만들고 제조하는 과정에서 자본 수급 등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로컬라이즈 프로그램을 통해 받은 지원금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온라인 유통이나 펀딩 등 잘 몰랐던 분야에 대해 도움 받은 적도 있었고요. 원래 ‘군산섬김’이 오프라인 매장 하나만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 온라인 스토어 운영을 시작했고, 다른 로컬 매장에 입점 및 해외 진출의 기회를 얻기도 했습니다. ‘로컬라이즈 프로그램’ 덕에 전보다 지금 매출이 3배가량 늘었습니다. ‘SK E&S’의 지원과 ‘로컬라이즈 프로그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군산섬김' 매장과 판매 상품들
'군산섬김' 매장과 판매 상품들
'군산섬김' 매장과 판매 상품들
군산 대표 로컬 브랜드 ‘군산섬김’을 만나보고 싶다면? ‘군산섬김’ 둘러보기
2. 함께 잘 먹고 잘사는 체류형 동네를 만들기 위한 동네 운영사 ‘주인(Joo-Inn)’
‘주인’은 김수진, 손지수 대표가 함께 만든 로컬 프렌들리의 대표 브랜드입니다. ‘주식(株式)’을 ‘주식(酒食)’으로 바꿔 소개하며 함께 먹고, 마시고, 놀고, 살아가는 커뮤니티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주인’은 1층의 커뮤니티 존과 2층의 스테이 존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전통주를 팔고, 휴식 공간을 제공하며, 타 브랜드와 협업하며 군산을 더 재밌게 만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Q. ‘지속 가능한 의식주’라는 ‘주인’의 소개 멘트가 참 재밌습니다.
A: 저희가 추구하는 커뮤니티는 다 같이 이 안에서 잘 사는 것과 맞닿아 있습니다. 함께 잘 살아감으로써 이 도시 자체를 브랜딩 하고 싶습니다. 그러다가 자는 곳을 제공하는 일을 열었고 또 전통주를 팔고 같이 먹고 마시는 서비스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것들을 한데 모으니 우리가 의식주의 영역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회사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A: 올해가 군산에 내려온 지 5년째 되는 해입니다. 지연도, 학연도, 혈연도 없는 이곳에서 커뮤니티 서비스를 시작했을 땐 막막했는데, ‘로연’ 덕분에 기반을 닦을 수 있었습니다. ‘로연’은 ‘로컬라이즈 군산에서 만든 인연’입니다. 협업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창업팀끼리 어울릴 기회도 많이 있었고요.
Q. 사업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공유해 주세요.
A: ‘인심축제’라고 이름 붙인 정월대보름 행사입니다. 예전에는 그냥 찰밥을 나눠주는 정도였는데, 어르신들과 더 잘 어우러지고 싶어 동네 사람들과 다 함께 축제를 준비했습니다. 기획안을 5번 넘게 다시 쓰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정말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동네에서 축제를 하면 민원이 많은데, 주민들이 먼저 발 벗고 도와줬습니다. 할머니들이 풍어제(어민들의 풍어와 어로의 안전을 비는 축제) 지낼 때 음식을 직접 만들어 주기도 했고요. 모든 세대가 풍성하게 누릴 수 있는 축제이자 생생한 커뮤니티의 현장이었습니다.
'주인' 1층 커뮤니티 매장과 판매 중인 전통주 등의 모습
'주인' 1층 커뮤니티 매장과 판매 중인 전통주 등의 모습
'주인' 1층 커뮤니티 매장과 판매 중인 전통주 등의 모습
군산의 의식주를 체험하고 싶다면? ‘주인(Joo-Inn)’ 둘러보기
3. 적산가옥, 군산의 역사를 살리고 디자인한 ‘소설여행’
‘소설여행’은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한 허승희 대표와 그의 고모가 함께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입니다. 일본 적산가옥[1] 형태를 그대로 보존한 이곳은 일본 소설을 좋아한 고모의 취향을 따라 ‘소설’이란 이름을 붙였고 여행하듯 머물러 가라는 의미에서 ‘여행’이란 단어를 덧댔습니다. 최근 ‘소설여행’ 한 켠에 특산물인 흰찰쌀보리를 이용한 차와 커피를 파는 ‘보리당’ 카페도 개업했습니다.
[1] 적의 재산이라는 의미가 있으며 일반적으로 근대 및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지은 건축물을 뜻한다. 목초건축물에 일본식 기와를 올리는 경우가 많다.
Q. 군산에 게스트 하우스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방문 후기 글이 자주 보입니다.
A: 특별히 홍보하지 않았음에도 블로그 등을 통해 소개된 모습을 보면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소설여행’이 군산의 대표적인 역사 산물인 적산가옥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한 채 운영 중이고 또 관광 단지와 거리가 좀 떨어진 조용한 외곽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좀 특별하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Q. 적산가옥의 구조를 최대한 유지한 채 이 공간을 다시 만들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A: 예전부터 보존하면서 잘 고치는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다만 때때로 원형을 보존하며 공간을 수리할 때 그곳을 아예 새로 짓는 것보다 자금이 더 많이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로컬라이즈 군산’을 통해 알게 된 친구들과 D.I.T(Do It Together) 프로젝트를 하며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소유주는 정해져 있지만 함께 공간을 공유하고, 같이 힘을 보태는 협력 단체라고 봐주시면 됩니다.
Q. ‘소설여행’부터 ‘보리당’까지.. 사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로컬라이즈 군산’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요?
A: 2020년에 로컬라이즈 창업팀으로 추가 선발되어 받은 창업 교육이 굉장히 도움 됐습니다. 매주 1:1 코칭 교육과 성과관리를 함께해 주신 덕에 제 브랜드가 어떤 식으로 성장할 수 있을 지 멘토들과 많이 논의할 수 있었습니다. ‘로컬라이즈 캠프’에도 매년 참여해 왔는데, 이제는 제가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참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소설여행' 외관과 보리당 카페 내부의 모습
'소설여행' 외관과 보리당 카페 내부의 모습
'소설여행' 외관과 보리당 카페 내부의 모습
한적한 동네에서 적산가옥의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소설여행’ 둘러보기
4. 우리나라 최초 민간 주도 지역 캐릭터 ‘먹방이와 친구들’
‘먹방이와 친구들’은 먹방이 HOUSE와 인문학 창고 ‘정담’을 동시 운영하는 박형철 대표가 만든 캐릭터입니다. 1900년대 초 군산 세관사가 데리고 온 프렌치 불독의 이미지를 가져와 먹성 좋게 생긴 돼지코가 매력 포인트인 ‘먹방이’를 만들었습니다. 1908년 건립되어 구 군산세관 창고로 사용되던 공간을 활용해 현재 지역 캐릭터 거점 공간, 군산 관광기념품 판매시설, 근대 문화예술 소통 공간 북카페 등으로 운영 중입니다.
Q. ‘먹방이’란 캐릭터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2017년 군산의 큰 대기업 2개가 동시에 철수하면서 지역 경제가 흔들렸습니다. 군산 출신이자 시민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일본 구마모토의 ‘구마몬’ 캐릭터를 떠올렸습니다. 규슈 신칸센이 생기면서 구마모토 지역이 무정차 도시로 전락했는데 그곳을 다시 일으킨 게 ‘구마몬’이었습니다. 새로운 모델을 선도할 수 있는 군산 지역의 캐릭터를 만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Q. ‘먹방이’가 군산 내 어떤 변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시나요?
A: 2017년 5월 1일에 ‘먹방이’ 캐릭터를 공개하고 2018년 12월에 구 군산세관이었던 이곳을 저희 거점 공간으로 마련했습니다. 이후 이곳에서 ‘먹방이’를 활용해 300여 차례 공연을 펼쳤습니다. 저작권을 공유해 지역민들이 만든 물건에 ‘먹방이’ 캐릭터를 입혀 기념품도 만들었습니다. 5년 동안 약 70만 명 정도의 방문객이 이곳을 다녀갔습니다. 얼마 전에는 군산 홍어를 홍보하기 위해 ‘먹방이’로 유튜브 영상을 만들었는데 조회수가 100만을 넘으며 큰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먹방이' 캐릭터와 먹방이 HOUSE와 인문학 창고 '정담' 내부 모습
'먹방이' 캐릭터와 먹방이 HOUSE와 인문학 창고 '정담' 내부 모습
'먹방이' 캐릭터와 먹방이 HOUSE와 인문학 창고 '정담' 내부 모습
Q. ‘먹방이’를 여기까지 키우는 데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A: 보통 지역 대표 캐릭터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만드는 반면 ‘먹방이’는 민간이 주도해서 만든 캐릭터이다 보니 재정적인 지원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먹방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때도 있었고요. 군산을 1930년 가슴 아픈 수탈을 겪은 도시가 아닌 1899년 고종황제가 자주적으로 개항한 곳이라는 이미지를 알리려 ‘먹방이’로 ‘1899 개(犬)항해 시대’란 문구를 내세웠지만 자리 잡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로컬라이즈 군산’을 ‘산소호흡기이자, 영양제였고, 디딤돌이었다’라고 자주 표현합니다. 지금까지 ‘먹방이’로 만든 공유상품으로 소상공인 매출액 중 약 7~8억 원 정도를 기여했는데 ‘SK E&S’ 측에서 그런 금액들을 조사해서 자료화해 주었습니다. 또 공신력 있는 기업에서 저희 사업을 우호적으로 바라봐 주고 귀 기울여주니 ‘먹방이’를 향한 불신의 시선이 많이 걷히기도 했습니다.
Q. 앞으로 ‘먹방이와 친구들’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A: 지금까지 ‘먹방이’가 지역을 대표하고 지역을 위해 어떻게 했다는 것을 강조하려 했다면 앞으로의 ‘먹방이’는 자생력을 가지고 지역을 위해 먼저 도움을 줄 수 있는 캐릭터가 되었으면 합니다. 시즌 2로 돌입해 ‘슈퍼독 먹방이’라는 애니메이션도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분이 TV 애니메이션, 스티커 등 더 많은 곳에서 ‘먹방이’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군산을 대표하는 얼굴, ‘먹방이와 친구들’을 만나보려면?
지금까지 ‘로컬라이즈 군산’을 통해 성공적으로 군산에 안착한 로컬 창업팀들을 만나봤습니다. SK E&S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만들어낸 성공적 대한민국 지역재생 프로젝트인 ‘로컬라이즈 군산’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