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에너지에 답하다] “Net Zero, 위협 아닌 새로운 기회” SK E&S 유정준 부회장 인터뷰

“아는 사람은 안다!”

도시가스 회사로 시작한 SK E&S를 천연가스 발전 사업을 거쳐 재생에너지와 수소, 그리고 에너지솔루션 사업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SK그룹 내 에너지 전환의 핵심기업으로 성장시킨 유정준 SK E&S 부회장을 이번에 새롭게 오픈한 SK E&S 미디어룸이 만났습니다. 유 부회장은 지난해 말 출범한 미국 에너지솔루션 법인인 패스키(PassKey) 대표와 함께 올해 초 SK그룹 차원의 북미 대외협력 총괄로도 선임되며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유 부회장은 앞으로의 사업 목표에 대해 “에너지 기업으로서 넷제로(Net Zero)[1] 달성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유 부회장이 바라본 에너지 시장의 변화와 현재, 앞으로의 전망을 공유합니다.

[1] 온실가스의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도록 해 순(Net)배출을 0(Zero)로 만드는 것

 


Q: E&S의 미국 에너지솔루션 법인 패스키 대표 및 SK그룹 차원의 북미 대외협력 총괄로 한국보다 미국에 더 많이 머무르신다고 들었습니다. 요즘 근황은 어떠신지요?

A :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참여한 주요 행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지난 5월에 대구에서 개최된 세계가스총회(WGC)였습니다. 기조연설을 비롯해 베이징가스와 MOU 체결을 진행하는 등 글로벌 경영진들과 에너지 산업의 현실과 미래를 그리며 서로 간의 인사이트를 나눌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에너지 전환 시대, ‘Net Zero’ 달성에 천연가스 역할 더 중요해

Q: 말씀하신 WGC에서의 기조발표에 대해 조금 더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넷제로 목표를 향한 아시아의 가스 산업(Gas in Asia – a Path or Threat to Net Zero Goals)’을 주제로 한 발표였지요?

A : 에너지 업계에 25년간 몸담으며 살핀 결과, 에너지 산업은 ‘경제성(Economics),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안보(Security)’라는 세 가지 요인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큰 방향성을 결정해 나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산업은 이 세 가지 요소가 균형을 유지하며 진화하고 발전할 때 함께 성장해 왔습니다. 여기서 ‘경제성’은 안정적인 국가 경제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며, 파리협정 이후 부상한 ‘지속가능성’은 에너지의 친환경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안보’의 경우 최근 엔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지정학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평화의 시기에는 사람들은 경제성을 좀 더 고려합니다만 위기 시에는 안보가 중요합니다. 지금이 딱 그런 시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때는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에너지 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지속 가능성’ 입니다. 2022년 초 기준, 120개 이상 국가와 700개 이상의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넷제로를 선언했습니다. 에너지 산업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넷제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에너지 산업에서는 넷제로가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죠.

Q: 지속가능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넷제로 달성을 위한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 연소 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은 수소와 재생에너지가 있습니다. SK E&S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분야이지요. 다만 재생에너지의 경우 간헐성이라는 문제가 있고, 수소는 생태계가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단계입니다.

넷제로의 방향성과 부합하면서도 현실성이 있는 대안은 천연가스입니다. 천연가스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석탄의 40% 수준으로 효과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수단 중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 또한 발전소의 가동 및 중단이 용이한 천연가스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영국 등 선진국 사례에서도 파트너 에너지(Partner Energy)로서 천연가스의 중요성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약 40%인 독일과 영국에서도 천연가스의 비중은 각각 16%, 37%에 달합니다. 해가 뜨지 않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 등 날씨 영향으로 재생에너지의 하루 발전 비중은 20%부터 많게는 90%까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천연가스는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천연가스는 국가별로 상이한 에너지 믹스[2]를 지향하더라도 거쳐 가야 할 관문(Gateway) 역할을 할 것입니다.

[2]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해 에너지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한 종류의 에너지원 수급이 어려워져도 다른 에너지원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수급할 수 있는 것이 장점

유정준 SK E&S 부회장이 지난 5월 대구에서 열린 세계가스총회(WGC)에서 업계 관계자와 함께 SK E&S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Q: 하지만 천연가스도 결국 화석연료이기 때문에 탄소배출은 불가피한인데요, 천연가스가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요?

A : 정확한 지적입니다. 천연가스가 넷제로 달성을 위해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로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분명히 있습니다.

천연가스를 탄소중립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블루수소[3]와 CCUS[4] 등을 활용한 직접 감축과, 탄소배출권을 활용한 상쇄 등의 간접감축의 방법이 있습니다. 특히 수소와 CCUS 분야는 천연가스 밸류체인과 자산(Asset), 인프라(Infra), 역량(Capability) 등을 상당 부분 공유할 수 있어 활용성이 높습니다. 이 측면에서 SK E&S와 같은 LNG 사업자들에게 넷제로 흐름은 위협 요인이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의 창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탄소감축 및 상쇄는 특정 국가나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활성화되기 어렵습니다. 탄소를 하나의 감축 자원으로 보는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과 에너지 기업들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3]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개질해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를 탄소포집(CCS) 기술을 활용해 제거한 수소
[4] 대기 중이나 산업 공정 중에 나온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Capture), 저장(Storage), 그리고 필요한 곳에 활용(Utilization)하는 기술

Q: 천연가스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본다는 말씀이신가요? 넷제로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나 수소 사업은 어떻게 보시나요?

A : LNG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SK E&S도 2025년 1,000만 톤의 LNG 공급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LNG 도입량이 약 4,600만 톤 정도이니 약 20%가 넘는 물량이죠. 그 중간단계로 내년(2023년)에는 지금보다 50% 확대된 물량인 600만 톤 공급도 어렵지 않게 이룰 것으로 봅니다.

재생에너지와 수소도 물론 중요합니다. SK E&S의 그린 포트폴리오에도 재생에너지와 수소가 매우 큰 축으로 포함되어 있고, 국내 어느 사업자보다도 적극적으로 해당 사업들을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궁극의 청정 에너지원이라고 하는 그린수소[5]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인프라 확대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 가운데 현실적인 대안은 LNG 개질 및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제거한 블루수소일 것입니다.

[5]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로 물을 분해하여 생산된 수소

SK그룹, ‘따로 또 같이’ 전략으로 미국 에너지 시장 진출

Q: 지난해 말 미국 에너지솔루션 사업을 위한 법인인 패스키가 설립됐는데, 미국 시장과 사업 현황도 궁금합니다.

A : 미국은 뛰어난 자연환경과 적극적인 정부 정책에 힘입어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르고 있습니다. 이는 에너지솔루션에 대한 니즈도 커지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 비중이 높아지고 전기차 보급이 확산되는 등 전기를 생산·소비하는 패턴이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이를 효율적으로 제어·관리하기 위한 방안이 에너지솔루션입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이 지역에는 100만 대 정도 전기차가 보급되어 있고, 5년 이내에 8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800만 대의 전기차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생기고 신재생에너지의 비중도 확대되는 것을 뜻합니다. 패스키의 목표 중 하나도 신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보급 촉진을 위한 솔루션 제공입니다.

신재생에너지 수요 증가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생산량이 다른 간헐성의 문제가 있어 공급이 불안정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노후화된 송·배전선 등 전력공급망 또한 잠재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가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에너지솔루션 사업입니다.

SK E&S는 에너지솔루션 사업 확대를 위해 2020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Top Tier 업체에 투자하여 지분을 확보하거나 인수를 진행했습니다 ESS/재생에너지 업체 레브 리뉴어블스(Rev Renewables)社, 그리드솔루션 업체 키캡처에너지(KCE)社, 캘리포니아에 기반한 전기차 충전 업체 에버차지(EverCharge)社 인수 등을 통해 차근차근 에너지솔루션 시장에 진출해왔습니다.

패스키는 지금까지 인수 및 투자한 에너지솔루션 관련 기업들을 총괄하고 관리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미국 내 에너지솔루션 사업 확장을 위한 전략 수립 및 실행을 통해 북미 에너지 시장 진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Q: SK그룹 북미 대외총괄이라는 직책도 가지고 계십니다. 북미 시장에서의 정·관·학계와의 네트워크 강화 및 비즈니스 트렌드에 대한 인사이트 함양 등 SK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중책을 수행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 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A : SK그룹은 배터리(Battery), 에너지솔루션 관련 그린 테크놀로지, 생명과학(Bio), 반도체(Chip) 등 소위 BBC로 일컬어지는 미래 성장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국정부도 반도체, 전기차(EV) 가치사슬과 같은 공급망 이슈를 강조하며 우리의 투자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분야인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 테크놀로지 분야의 참여에 있어 지역, 주, 연방 정부와 긴밀이 협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북미 사업은 SK 주력 멤버사들이 자기 완결형으로 사업을 진행해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따로 또 같이’ 전략으로 SK그룹 차원의 네트워크 강화가 뒷받침돼야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북미 대외협력 총괄로서 주력 멤버사들의 사업들이 연착륙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Q: SK그룹의 미국사업 수익 목표는 어느 정도일까요?

A : 당장의 수익목표가 중요하기보다는 미국에서 배터리, 에너지솔루션 등의 친환경 사업을 통해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것이 더 큰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미국 정부가 2030년까지 목표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의 약 5% 수준인 1억 톤 상당의 감축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SK그룹은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감축 목표량의 약 1%인 2억 톤의 탄소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SK그룹은 ESG 가치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내부수익률 측정 등 경제성과 측정에 초점을 두었다면 현재는 멤버사마다 독립된 이사회 내의 ESG 위원회가 ESG원칙을 검토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SK그룹의 ESG 주제는 탄소감축입니다. 그 일환으로 SK E&S는 지난 5월 세계 최대의 탄소포집 저장 프로젝트 참여 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오랜 파트너사인 컨티넨탈 리소시즈(Continental Resources)社와 최대 농업 기업 중 하나인 써밋(Summit)社와 함께 연간 1,200만 톤의 탄소를 포획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탄소배출, 공짜 아냐… CCUS는 미래를 위한 투자”

Q. 탄소를 포집하는 데 드는 비용이 상당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A : 탄소포집에 비용이 드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탄소를 그냥 배출한다고 해서 비용이 절감될까요? EU에서는 탄소배출에 대한 세금인 탄소국경세(CBAM) 부과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IEA(국제에너지기구)는 2035년 또는 204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탄소 1톤 당 200 달러의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기업들과 소비자들 모두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될 것입니다.

탄소배출은 결국 공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탄소배출에 요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가는 흐름은 피할 수 없습니다. 또한 그 금액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탄소 포집에 대한 투자는 이 같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의 투자가 미래의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덧붙여, 기업들의 보다 적극적인 탄소감축 활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유럽의 ETS(Emission Trading System,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제도가 필요합니다. ‘탄소감축’에 대한 확실한 정의부터 감축 프로세스, 승인 주체 등을 명확히 함으로써 기업들의 탄소감축 노력을 객관적으로 인정하고, 탄소중립 생산물들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제도가 마련된다면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탄소감축을 중심으로 거버넌스를 정립하고 투자를 늘릴 것입니다. 그래야 탄소거래시장이 활성화되고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Q.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SK E&S 미디어룸 독자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제가 10여년 전 CEO 취임 후 첫 번째로 진행한 일들 중 하나가 석탄발전소를 매각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석탄발전소에서 많은 수익을 얻고 있었기 때문에 반대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당시에도 에너지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었고, ‘넷제로’가 글로벌 트렌드이며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목표라고 판단했습니다.

현재도 글로벌 트렌드의 방향, 속도를 적시에 알고, 지역(regional) 실행관점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와 유럽의 정책 방향을 파악함은 물론 현실에 기반한 진행 속도와 위험도, 이 두 가지 모두를 균형 잡고 가야 한다고 생각 하고 있습니다. 현재 SK E&S는 런던 오피스 설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과거 유럽 가스시장은 아시아, 미국 시장과는 거의 분리되어 있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러-우 전쟁 등으로 유럽시장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 변동이 생겼습니다. 유럽, 미국, 아시아 시장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아비트라지(arbitrage, 차익 거래)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유럽 시장을 이해하지 않고는 좋은 시장 참여자도, 글로벌 플레이어도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런던 오피스 설립은 이런 부분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SK E&S는 지금까지 그랬듯 책임 있는 에너지 기업으로서 보다 친환경적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해 넷제로 실현에 일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