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찰나의 순간] 에너지와 빛을 품은 부산의 미래를 보다

서울에서 KTX로 두 시간을 조금 더 달려 도착한 부산. 부산역에 내리자마자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항구도시 부산은 IT 첨단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 시티 시범 도시이자, 대규모 국제 전시회가 열리는 국제도시, 매년 10월에는 ‘부산국제영화제’가 펼쳐지는 문화도시이기도 하다.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진 정관 신도시부터 전기차 기반의 친환경 전기충전 스테이션, 부산 정관 지역의 전기와 난방을 책임지는 부산정관에너지까지, 그동안 몰랐던 부산의 새로운 면모를 만났다.

전기차를 이동형 ESS로 활용하는 V2G 스테이션

부산의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정관신도시로 향했다. 기장군에 위치한 정관신도시는 2008년 조성된 신시가지로 부산시에서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젊은 도시’다.

젊은 도시답게 다양한 첨단 기술도 찾아볼 수 있다. 정관읍 모전교 인근으로 향하자 조금은 낯선 ‘전기차 충전소’가 우리를 맞는다. 바로 ‘V2G 스테이션 모전’이다. V2G(Vehicle to Grid)는 전기차 배터리에서 전력망으로 전기 에너지를 다시 흐르게 해 전기를 양방향으로 공유하는 것으로 전기차를 거대한 이동식 배터리로 사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전기료가 저렴한 새벽에 전기차를 충전했다가, 저녁 시간대와 같이 전기 수요가 증가하고 전기료가 비싼 시간에 전력망으로 전기를 되돌려 놓는 방식이다. 즉, 전기차가 단순한 전력 수요자가 아니라 필요한 곳에 전력을 공급하는 새로운 에너지 자원 역할을 하는 것이다. V2G를 통해 전기차 운전자는 지역 사회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기여하고 전기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V2G 스테이션 모전’에 들어서니 총 3대의 충전기가 눈길을 끈다. 이곳을 포함해 부산 정관 지역에는 총 3곳의 ‘V2G 스테이션’이 운영 중이다.

정관 지역의 전기와 난방을 책임지는 곳, 부산정관에너지

차로 이동하길 10분 남짓, 아파트 사이로 알록달록 파스텔톤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정관 신도시에 전기와 열을 공급해 주는 부산정관에너지다. 이렇게 도심과 가까운 곳에 발전소가 있다는 놀라움도 잠시, 주변에 빼곡히 줄지어진 건물들을 보니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의 필요성이 실감됐다. 에너지 수요가 집중되는 도심과 가까운 곳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그만큼 전기 이동 시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부산정관에너지가 이곳에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부산정관에너지는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으로 전기 100MW, 열 145.24Gcal/h의 설비 규모를 갖추고 있다. 일반 발전소가 전력만 생산한다면, 열병합발전은 폐열을 회수해 지역난방까지 공급하기 때문에 종합 에너지 효율이 높다. 생산 능력에 비해 발전소 크기는 크지 않았다. 도심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큰 면적보다는 작지만 버리는 공간 없이 알차게 설계되고, 주위 건물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외관에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입구에 들어서자 건물 23층 높이에 달하는 원기둥 2개가 눈길을 끈다. 바로 폐열을 회수하는 배열회수보일러(HRSG)이다. 배열회수 보일러 뒤편에는 ESS(에너지저장장치)센터가 위치하고 있는데, 발전설비와 연계한 또다른 실증시험으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부산정관에너지는 인근 지역 내에 있는 주택, 상가에 열 또는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구역전기사업자로 정관 신도시 내에 아파트와 주택, 상가/공공건물 3만 2천여세대에 전기와 난방열을 공급하고 있다. 부산정관에너지는 집단에너지사업자이기도 하다. 천연가스를 사용해 생산된 전기를 전력거래소를 통해 전력계통에 판매하고, 함께 생산된 열은 아파트, 빌딩의 난방열로 공급하고 있다.

구역전기사업과 집단에너지사업을 동시에 전개하며 두 사업의 장점을 모두 갖춘 셈이다. 그만큼 부산정관에너지는 국가 에너지 효율 제고에 기여하고, 대기오염물질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저감 운영하는 등 환경과 고효율을 위해 노력하고, 정관 신도시와 부산지역의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 밖에도 건물 곳곳에 태양광 패널이 눈에 들어왔다. 발전소 내부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발전소를 찬찬히 둘러보다 보니 곧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부산정관에너지에서 생산한 에너지로 밝게 물든 정관 신도시의 모습을 한눈에 담기 위해 좀 더 높은 곳으로 향했다. 저 멀리 환하게 불을 밝힌 부산정관에너지와 그 주위를 둘러싼 아파트의 불빛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마치 부산 바다를 비추는 밤하늘의 별빛을 보는 듯하다.

 

[바다부터 도시까지 자연과 조화를 자랑하는 부산 여행 추천]

 

시원하게 뻗은 바다 산책, 블루라인파크

 

부산하면 떠오르는 파란 바다와 하늘을 만날 수 있는 청사포. 요즘 가장 인기가 있다는 블루라인파크의 시그니처인 스카이캡슐과 해변열차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곳은 4.8km 구간의 동해남부선 옛 철길을 친환경적으로 재개발한 곳이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의 해운대 관광을 위해 개통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철길이 지금은 바다 산책로, 쉼터, 녹지공간으로 조성돼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갔다.

 

바다를 달리는 기차여행의 설렘을 안고 플랫폼에 들어서자 저 멀리 옛날 기차의 모양을 본뜬 해변열차가 들어온다.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미포에서 송정까지 달리는 동안 수려한 해안 절경에 눈을 뗄 수 없다. 국내 최초로 도입된 배터리 충전 방식의 친환경 관광열차라고 하니 더욱 안심되고, 반가운 마음이다.

 

바다를 품은 독특한 풍광의 사찰, 해동용궁사

 

부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 ‘해동용궁사’. 국내 사찰 중 바다와 가장 가까운 절이다. 주차장을 가득 메운 관광객들 사이로 유독 외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띈다. 부산이 국제적으로도 사랑받는 관광도시라는 사실이 실감났다.

 

바다를 바라보며 108계단을 천천히 내려간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번뇌는 소멸되고 깨달음을 이룬다는 계단이다. 깎아놓은 듯한 해안절벽과 푸른 산, 고즈넉한 사찰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풍광을 연출한다. 높이 10m에 달하는 해수관음대불과 바다를 배경으로 한 3층 석탑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자연과 도시를 어우르는 생태하천, 좌광천

 

북적거리는 관광지를 벗어나 이번엔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좌광천’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기장의 정관 신도시 사이를 흐르는 친환경 생태하천인 ‘좌광천’은 모전교부터 임랑해수욕장까지 길이만 11.2km에 이른다. 그 물길의 끝은 동해와 맞닿는다.

 

유유히 흐르는 하천을 따라 산책로를 거닐어 본다. 산책로 주변으로 이름 모를 꽃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효자길이라 불리는 이 산책로에는 꽃창포, 라벤더, 패랭이꽃 등 88종의 야생화가 심어져 있어 산책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하천을 둘러싼 아파트 주민들의 일상 속 휴식공간이 되기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