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채움-Green] 탄소중립 시대의 경제질서 대전환

SK E&S는 [더채움-Green]이라는 구성원 대상 강연를 통해 기후 위기 속에서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말 진행된 강연에서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를 모셨습니다. 홍종호 교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 우리가 탄소중립의 길로 나아가야만 하는 이유: 기후 위기와 탄소중립 시대의 경제질서 대전환’을 주제로,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본 탄소중립의 중요성 및 기후 변화 대응 방안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기후에 대한 전 세계적인 패러다임 변화와 재생에너지의 중요성, 그리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아래에서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기후 변화 속 100년 뒤 미래는?

홍종호 교수는 먼저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과거에 예견한 미래의 모습과 실제 현재 상황을 비교하며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토머스 R. 멜서스(1766~1834)는 ‘인구론’을 통해 식량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를 따라가지 못해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존 M. 케인스(1883~1946)는 경제 성장에 따라 소득과 생활 수준이 높아져 절대 빈곤이 사라질 것이라는 정반대의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인류는 멸망하지도 않았고, 빈곤 또한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학자들의 극단적인 전망들은 둘 다 실현되지 않은 것입니다. 이와 같이, 현재 기후 변화로 인해 변화할 미래의 모습도 너무 극단적으로 단정 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위기를 맞이했지만, 벌써부터 좌절하기 보다는 보다 긴 호흡으로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어떻게 선택하고 행동하느냐입니다.

기후 변화에 따른 경제 대전환

홍종호 교수는 강의를 통해 경제학 관점에서 기후 변화가 일으킨 변화 및 대응 방안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 설명했습니다.

첫째, 기후 변화는 더 이상 환경문제가 아니라 경제문제다.

과거에는 많은 기업이 환경 관련 규제를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저해하는 요인, 즉 추가적인 비용으로만 인식했던 반면, 이제는 환경 규제를 기꺼이 따를 뿐만 아니라, 넷제로 선언 및 RE100 가입 등 선제적인 친환경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이 기업의 이윤 추구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경제 질서 자체의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가 탈탄소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이어질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경제 전문가들의 말들도 이러한 변화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화와 친환경 경제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 – 이주열 前한국은행 총재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탄소세 도입이 필수적이다” – 로버트 핀다이크 MIT 경제학교수

“금융기관은 기후 변화를 투자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 마크 카니, 前영란은행 총재

홍종호 교수는 연도별 GDP, 에너지 소비량, CO2 배출량을 나타낸 그래프를 통해서도 경제와 환경이 얼마만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설명했습니다. 세 개의 그래프 모두 산업혁명 발생 이후인 19세기부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그래프들을 통해서 세계 경제가 화석연료를 통한 에너지를 토대로 발전했고, 반대급부로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CO2 배출량도 급격히 늘어났다는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 세대는 경제발전의 수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로 인한 기후 변화 피해를 겪고 있기도 합니다.

홍종호 교수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감축(Mitigation)과 적응(Adaptation)을 제안합니다. 탄소세, 배출권 거래제 등이 ‘감축’에 속합니다. 홍수, 가뭄 등 기후 변화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재난 훈련을 하는 것은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는 것입니다.

탄소중립에는 국경이 없다!

둘째, 뉴노멀(New Normal)서의 탈(脫)탄소 무역 규범이 현실화되고 있다.

기후와 탄소에 관련된 법과 제도가 세계 경제질서의 대전환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는 기후 변화를 전 세계가 직면한 실전적 위협으로 인식,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는 기후 위기를 모든 정책 분야에서 기회로 삼고,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EU 경제를 만들기 위한 전략 로드맵입니다.

또한 EU는 2030년 유럽 온실가스 55% 감축을 위한 “Fit for 55” 정책의 일환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입법안도 공개했습니다. CBAM은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방법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수입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이를 통해 ‘카본 리키지’[1]를 차단한다는 목적이 있습니다. 또한 미국 의회에서도 최근 CBAM과 비슷한 ‘탄소국경조정부담금’ 도입 법안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1] 각국의 탄소배출 관련 규제수준과 감축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EU 내 기업이 탄소집약적 생산시설을 배출규제가 적은 해외로 이전하거나 EU산 상품 대신 더욱 탄소집약적으로 생산된 수입품으로 대체하는 현상

 

탄소 경쟁력은 곧 기후경쟁력이자 기업 경쟁력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기후 위기가 세계 무역 질서를 재편하고 있습니다.

OECO 최하위 수준의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녹색전환을 위한 공격적 투자 필요

셋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과 전력화 인프라 구축에 집중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끌 두 축으로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이 꼽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디지털 강국이지만, 녹색 전환은 아직 많은 도전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태양광, 풍력발전 등 탄소배출을 일으키지 않는 재생에너지 발전은 녹색 전환에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2020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에 불과합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으로, 중국(30%), 일본(20%)에도 훨씬 못 미치고 있습니다. 홍종호 교수는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2]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에 더욱 공격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목표로서, 파리 기후 변화 협정에 따라 참가국이 스스로 정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총 배출량 대비 40% 감축을 목표로 함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변모한 독일이 사례로 설명됐는데요, 지난 30여 년간 재생에너지 발전소 및 전력망 구축에 꾸준히 투자한 결과, 1990년 당시 단 1%에 불과했던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0년에는 47%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독일의 성공적인 녹색전환 배경에는 기후 변화 대응 필요성에 대한 전 국민적 공감대 형성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에의 자금 지원 및 지역주민들의 수익 보장 등 재생에너지 추진에 있어서 동인(動人)이 되는 제도의 실행이 있습니다.

홍종호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 중요성에 더해 ▲전력 산업의 개혁과 시장 개방을 통한 전력 계통 안정화 및 전기요금 정상화의 필요성, 탄소세 도입, CBAM 대비, 에너지 관련 보조금 개혁 등 ▲탈탄소 조세제도의 개혁, 에너지효율향상의무화제도(EERS) 활용, 탄소 다배출산업에서의 원료 대체 등 ▲에너지 효율 제고 및 순환경제 촉진, 기후 피해 최소화를 위한 선제적 인프라 구축 등 ▲기후 변화 대응정책 등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정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후 변화는 단지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국가 및 세계 경제까지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현시점에서 기후 변화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으면 환경이 죽고, 경제가 죽고, 인간이 죽는 암울한 미래가 도래할 것입니다. 반대로 지금을 기점으로 탄소중립 실현에 힘쓴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질 환경과 삶의 질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후 변화는 분명 우리 세대에게 도전적인 요인이지만, 또한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탄소배출을 ‘감축’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모두 동참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