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는 [더채움-Green]이라는 구성원 대상 강연을 통해 기후 위기 속에서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2일 강연에서는 정용헌 아주대학교 교수가 국제 유가 급등의 원인과 글로벌 에너지시장전망을 주제로 유가 변동성의 원인과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설명했습니다.
오르고 내리는 유가의 역사
정 교수는 “오늘은 1차 오일쇼크[1]의 도화선이 된 제4차 중동전쟁, 욤 키푸르 전쟁이 가장 극에 달했던 1973년 10월 12일의 50주년”이라며 “유가 시장에서는 1973년 이후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1] 1973년 10월 6일 발발한 제4차 중동전쟁이 10월 17일부터 석유전쟁으로 비화되며 석유수출기구(OPEC)가 석유 가격을 인상하고 생산을 제한, 세계 각국의 경제적인 혼란이 야기된 사건
이어 “유가는 시시각각 변해 전망도 단기, 장기 등 기준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며 “유가 변동의 배경을 살피고 유가에 대한 균형감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제1차 오일쇼크와 경기침체
1973년 10월 일어난 제1차 오일쇼크는 1970년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습니다. 1973년 10월 6일 시작된 제4차 중동전쟁 당시 이란·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페르시아만의 6개 석유수출국은 그해 10월1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원유 가격을 17% 인상해 배럴당 3.02달러에서 3.65달러로 올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한 것을 두고 아랍의 석유수출국들이 수출금지를 결정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며 국제 유가는 1970년대 초반 배럴당 2~3달러 수준에서 1974년에는 4배 이상 오른 배럴당 12달러까지 급등했습니다. 오일쇼크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세계 각국이 유례없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를 겪게 됐습니다.
유가는 기본적으로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움직입니다. 오늘날에는 국제 정세에 따라서도 큰 영향을 받습니다. 정 교수는 다양한 사건에 따라 움직인 유가의 역사를 소개했습니다.
① 과거 등유용으로 향유고래 기름을 쓰던 시대에 고래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공급부족으로 유가 상승
② 미국에서 대규모 유전 발견, 원유 공급 확대로 유가 하락
③ 유럽에서 자동차 수요가 늘며 원유 수요 증가에 따른 유가 상승
④ 1928년 최초 국제 석유 카르텔 탄생, 영국의 앵글로페르시아(BP의 전신)와 로열더치셸, 미국 뉴저지의 스탠더드석유회사(엑슨의 전신)가 서남아시아의 석유 이권에 관한 아크나카리 협정 타결
⑤ 1945년 세계 2차 대전, 이 시기에는 공급이 압도적으로 많아 국제적인 사건이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았음
⑥ 1960년 이라크, 이란,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가 국제석유시장 안정을 위해 바그다드에서 석유수출기구(OPEC) 창설
⑦ 1차 오일쇼크, 제4차 중동전쟁이 시작되며 OPEC을 중심으로 아랍국가들이 원유 감산과 가격 인상
⑧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산업화와 경제개발에 나서며 수요가 급성장 하여 공급이 수요따라가지 못하게 되어, 작은 외부 충격에도 원유 가격이 영향을 받게 됨
⑨ 유럽 북해 유전 개발로 원유 공급 확대에 따른 유가 하락
⑩ 1990년대부터 중국 산업화로 경제 가파르게 성장하며 원유 수요 증가
⑪ 미국 셰일[2]오일, 셰일가스 개발 및 상업화로 에너지 공급 확대에 따른 유가 하락
⑫ 셰일 확대, 파리협정(파리기후변화협약)[3], 미국 원유 수출 제한 완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유가 하락
⑬ 코로나19로 수요 감소에 따른 유가 하락
[2] 퇴적암의 한 종류인 셰일(shale)층이 퇴적될 때 같이 묻힌 고대 생물들의 열과 압력을 받아 형성된 액체 탄화수소
[3]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체결된 협정(195개국 참여)으로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
국제 유가의 결정 요인
유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보통 4Factors, 7Factors 등의 요인들을 기반으로 분석합니다. 최근 다양한 요인들이 국제 유가에 변동성을 더했습니다. △OPEC의 감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경기 회복으로 인한 수요 증가 △달러화 강세에 따른 유가 변동성 확대 등이 국제 유가 급등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인 중, 정 교수는 최근 유가 급등의 원인을 공급 문제로 진단했습니다.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 등의 상황에 유가를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 OPEC+[4]가 지난해부터 감산 기조를 이어온 데 따라 유가가 올라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4]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기타 주요 산유국(비OPEC)의 협의체
정 교수는 그 외 요인은 영향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경우, 초기에는 유가에 영향을 미쳤지만 실질적으로 러시아 수출분이 크게 줄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경기 회복으로 인한 수요 증가의 경우, 중국 경제가 아직 회복되고 있지 않아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달러화 강세 역시 통상적으로 환율과 유가가 반비례하지만 지금은 함께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정 교수는 단기간 내 유가 하락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증산에 따른 유가 하락 가능성이 대두되었지만 미국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며 원유 생산비가 오르고 있어 생산량이 크게 늘기 어렵고, 낮은 가격으로 판매에 나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유가가 하락할 경우 현재 상황과 같이 OPEC 등이 원유 공급 조절에 나설 수도 있어 유가가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에너지 전환 시대에도 유가를 살펴야 하는 이유
글로벌 인구 증가, 도시화에 따라 에너지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IEA, OPEC 등 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단기 세계 에너지 수요는 매년 약 2%씩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 교수는 탄소중립을 달성을 위한 에너지 전환이 이뤄지면 원유가 모두 재생에너지로 대체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기술적 문제, 인프라 문제, 가격 문제로 화석연료의 수요는 적어도 앞으로 수십 년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들어 원유를 사양산업으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특히 천연가스는 원유 대비 탄소 배출이 적기 때문에 원유보다 훨씬 더 긴 시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것이라 보았습니다.
또, 그는 에너지 전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화석연료가 대체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에너지 전환은 기술, 인프라, 시장이 함께 변화해야 하므로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에너지 설비 투자의 경우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데, 이자가 상승하고 경제 위기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투자가 빠르게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정 교수는 재생에너지도 자원이며 태생적 한계인 간헐성 극복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바람이 잘 불고 매일 햇빛을 받을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고 간헐성 문제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아울러 그는 화석연료를 벗어나 재생에너지가 주요 에너지원이 된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에너지 문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늑대를 벗어나 호랑이를 만나는 격”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등의 설비 생산을 위해서는 다양한 광물이 필요합니다. 아프리카에 위치한 개발도상국들이 광물 자원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일찌감치 아프리카에 진출해 매장된 광물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공급망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전력 가격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끝으로 혼란한 상황이지만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벽을 쌓는 사람이 있고 풍차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는 중국 속담을 소개하며 “변동성을 기회로 삼아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새롭게 만들어 간다는 정신으로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강의를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