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는 [더채움-Green]이라는 구성원 대상 강연을 통해 기후 위기 속에서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15일 강연에는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를 모셨습니다. ‘유럽 에너지 위기의 원인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주제로 이뤄진 강연을 통해 조 교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짚어보고 현실적인 에너지 믹스[1]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 내용을 공유합니다.
[1]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해 에너지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한 종류의 에너지원 수급이 어려워져도 다른 에너지원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수급할 수 있는 것이 장점
탄소중립,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다
조 교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원인으로 탄소중립을 지목하며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친환경 정책을 펼치며 전반적인 물가상승이 일어나는 그린플레이션[2]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2] 친환경 정책에 따른 원자재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상 지칭
그린플레이션은 경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석탄 채굴 제한으로 공급차질이 생겨 철강과 시멘트 등의 건자재 가격이 오르며 부동산 건설 비용이 높아졌습니다. 또한 화학 비료 저감 노력으로 식품 생산 비용까지 늘었습니다. 결국 원재료 가격의 상승은 서비스 비용, 즉 인건비 상승까지 이어지며 인플레이션이 확대되어 가는 양상입니다.
에너지 안보 없는 에너지 정책이 위기를 만든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전 세계가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를 줄이며 화석 연료의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이에 수급불균형이 생기며 원유, 천연가스 등 화석 연료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조 교수는 유럽의 에너지 위기 원인 역시 탄소중립이라고 진단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런 상황에 기름은 부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럽 에너지 위기의 시발점이 된 영국은 지난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5%까지 높이고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크게 낮췄습니다. 1995년 전체 발전 비중의 46.5%를 차지하던 석탄 발전 비중을 2020년대 들어 1%대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늘어난 재생에너지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낮은 풍량으로 풍력 발전량이 크게 줄며 전력 도매가격이 전년 대비 10배나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러-우 전쟁으로 발전 비중의 40%를 차지하던 천연가스 확보까지 어려워지자 에너지 위기가 더욱 심화됐습니다.
지난 8월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탄소중립이 영국을 파산시킨다’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한 바 있습니다. 탄소중립으로 에너지 요금이 크게 뛰며 영국 시민들의 경제가 악화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영국 전기·가스규제기관인 오프젬(Ofgem)에 따르면 영국은 10월부터 에너지요금 상한을 기존보다 80% 높인 3,549파운드(약 558만 원)으로 발표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배에 달하는 비용입니다.
전체 천연가스 수입량 중 40%를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천연가스(PNG)에 의존하던 유럽연합(EU)의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조 교수는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한 곳에 에너지를 의존한 결과”라며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공급의 다양성이 매우 중요한데, 지금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이 부분을 상당히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실적인 에너지 정책의 필요성
조 교수는 에너지 가격 폭등, 유럽의 재정 적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3] 등이 우리나라에 초대형 복합 경제위기인 퍼펙트 스톰이 되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만큼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EU가 비축한 에너지를 모두 사용한 내년 봄에는 우리나라 에너지 확보에도 비상등이 켜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에너지 위기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에너지 위기가 경제 위기가 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3] 미국 내 급등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된 법으로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생산지역에 따른 차별적 조항을 담고 있음
이에 대한 해법으로 조 교수는 현실적인 에너지 믹스 전략, 전력 시장 개편, 에너지 자원 공급망 관리 등을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6.4%에서 40%로 상향했습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연간 4.17%씩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 7,960만 톤으로 1년 전보다 오히려 3.5% 늘어났습니다. 실제적으로는 연간 5% 이상의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조 교수는 “무리한 상향으로 에너지 믹스의 다양성이 제한됐다”며 “에너지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대비해 현실적인 에너지 믹스를 꼭 가져가 최대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전력 요금 현실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영국의 사례를 들며 “요금 현실화가 되지 않아도 결국 누군가가 부담해야 하는 일”이라며 “조금씩 막아 둑이 터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현재는 전력 가격을 현실화하여 국민들에게 전기를 아껴 써야 한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끝으로 조 교수는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광물 안보도 필수라고 했습니다. 재생에너지와 태양광 등에 사용되는 광물 자원을 확보해 우리나라 산업이 발전해야 에너지 안보 역시 지켜질 수 있다며 ‘자원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강의를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