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는 [더채움-Green]이라는 구성원 대상 강연을 통해 기후 위기 속에서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말 강연에는 권이균 K-CCUS 추진단장을 모셨습니다. K-CCUS 추진단은 CCUS[1] 기술의 개발과 보급, 확산을 위해 지난 2021년 설립된 민관합동 조직으로 우리나라의 CCUS 산업 생태계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권 단장은 ‘Green Portfolio 전환을 위한 CCUS의 역할과 의미’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CCUS의 중요성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한 강연을 전달했습니다. 그 내용을 공유합니다.
[1]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의 약자로 공기 중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Capture)하여 활용(Utilization) 또는 저장(Storage)하는 기술, 포집된 CO₂를 처리하는 방식에 따라 CCS, CCU로 분류하기도 함
이산화탄소(CO₂)를 잡는 CCUS 기술이 궁금하다면? (바로가기)
CCUS 없이는 CO₂ 감축도 없다!
권이균 단장은 2016년 파리기후변화협정[2]이 체결될 때만 해도 온실가스 감축이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로 보이지 않았었지만, 이제는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CCUS와 관련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전하며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2] 국제사회가 지구온난화 대응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하겠다는 최초의 기후 합의로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도 아래로 억제하고, 1.5도를 넘어서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
CCUS는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 기술 중에서도 아주 중요한 기술로 분류됩니다. 전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CCUS의 기여도가 약 15%[3]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CCUS 기술이 없다면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3] 출처: 국제에너지기구(IEA) 2070 글로벌 탄소중립 시나리오 (2020)
CCUS의 글로벌 트렌드 Top 4
권 단장은 CCUS와 관련한 글로벌 트렌드 네 가지를 꼽아 설명했습니다.
1. CCS 사업이 해양으로 확산되고 있다
런던 의정서[4] 개정으로 국가 간의 CO₂ 운송 및 저장이 가능해지며 해양 CCS 사업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노르웨이, 호주 등지에서 해양 CCS 사업에 뛰어들며 해양이 CCS 사업의 허브가 되고 있습니다.
[4] 해양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협약인 런던협약의 부속의정서로 2019년 이전에는 자국 내에서의 CO₂ 저장만을 허용했지만 이후 잠정 적용을 선언하는 국가 간에는 수출이 가능하도록 개정
권 단장은 이 같은 트렌드와 함께 이전까지는 크게 집중 받지 않았던 수송 기술이 향후 CCUS에서 중요한 분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CCS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는 기업들이 많아지며, 원거리 수송에 대한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수송 비용을 절약하는 것이 사업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권 단장은 현재를 각 프로젝트 간, 국가 간 수송 등 장거리 CCS 사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의 시기라고 진단했습니다.
2. CCUS 기술을 사용하는 이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CCUS 기술은 주로 원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원유회수증진(EOR)[5]에 사용되며 포집된 CO₂를 유전에 저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CCUS 기술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며 CO₂를 저장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5] Enhanced Oil Recovery, 원유를 채굴할 때 채굴량을 늘리기 위해 물이나 가스를 주입하는 방법
3. CO₂ 포집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다
CCUS를 활용하는 사업 분야가 확대되며 CO₂를 포집하는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CCUS 기술은 이미 1930년부터 사용된 기술로, 처음에는 천연가스의 채굴·생산 공정에서 사용됐습니다. 더 좋은 품질의 순수한 가스를 얻기 위해 불순물인 CO₂를 분리하는 차원에서 포집 기술을 사용한 정도의 개념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온실가스 감축 기술로 주목받게 되며 현재는 수소, 시멘트, 철강, 에탄올 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CO₂ 포집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4. 새로운 분야와의 하이브리드 사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CO₂ 포집 분야가 다양해지며 CCUS 사업은 새로운 분야와 연계된 하이브리드 사업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블루수소[6]입니다. 블루수소는 그린수소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전까지 수소 생산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 아래 블루수소와 CCUS 기술은 그 연계성을 강화하며 발전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실제 2019년 이후 진행된 많은 CCUS 프로젝트에 블루수소 사업이 포함돼 있기도 합니다.
[6]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화석연료를 개질(reforming)해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CO₂를 CCUS(탄소포집, 활용 및 저장) 기술을 활용해 제거한 수소
높아지는 CO₂ 배출 비용, 낮아지는 CCUS 비용
현재 기준 CCUS는 온실가스 감축 기술 중 상대적으로 비싼 수단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권 단장은 향후 CCUS가 CO₂ 배출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권 단장은 전 세계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CO₂ 배출에 가격이 매겨지고 그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CCUS는 기술 개발 및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점차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그 이유로 꼽습니다.
최근 EU(유럽연합)의 1톤당 탄소배출권[7] 가격은 약 89유로[8](약 11만 8,000원)까지 기록한 바가 있으며, CO₂ 1톤당 CCS[7] 처리 비용(포집+저장)은 100달러(약 13만원)가량으로 추산됩니다.
[7]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CO2 등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기업들은 할당된 배출량에 맞춰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해야 하며, 남거나 모자란 배출권은 거래가 가능
[8] 2021년 12월 8일 기준 톤당 88.88달러, 출처: TRADING ECONOMICS
하지만 여러 국가와 기업들은 2030년까지 CCS[9] 처리 비용을 75달러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CCS 사업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규모의 경제에 의해 단가는 더욱 빠르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2030년에는 CCS 처리 비용과 탄소배출권 비용이 역전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 시점에는 민간기업들이 주도하는 CCS사업이 가능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지금까지 CCS의 경제성에 대해서 다뤄보았습니다. 하지만 CCU[10]의 경우 아직까지 경제성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CCU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부연했습니다.
[9] Carbon Capture and Storage의 약자로 포집한 CO₂를 지하 깊은 곳에 저장하는 기술. CCUS에서 포집한 CO₂를 활용하여 연료, 화학물질, 건축자재 등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CCU를 제외한 개념
[10] 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의 약자로 포집한 CO₂를 활용하여 연료, 화학물질, 건축자재 등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기술
CO₂저장소가 부족한 우리나라, 꼭 필요한 크로스보더(Cross Border)[11] CCS
[11] CCS를 통해 포집한 CO₂를 국가 간 이동하는 것
권 단장은 2022년 초 우리나라 정부가 런던의정서 개정안을 수락한 것에 대하여 이를 위해 노력해온 기업 및 정부 관계자에 감사의 말을 전하며 강연을 이어갔습니다. 런던의정서 개정안은 CCUS 기술을 통해 포집한 CO₂를 국가 간 이동하는 것을 허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금번 런던개정안 수락으로 국내기업들이 CCUS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배경이 마련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물론 저장소가 위치한 국가들과 CO₂를 거래하는 것에 대한 협약이 필수이기에 크로스보더 CCS가 완전히 궤도에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역량을 집중하여 이런 부분들이 해결되고, CO₂수송선의 발전 및 항만 인프라가 마련될 수만 있다면 크로스보더 CCS가 탄소감축의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CO₂ 저장소가 충분하지 않은 국내 환경 내에서 크로스보더 CCS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CCS의 안전성 문제?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
CO₂를 포집하여 땅 밑에 저장한다는 개념이 생소하다 보니, CCS 기술이 지진을 유발하거나 저장된 CO₂가 저장소 밖으로 누출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권 단장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기술적으로 충분히 통제가능한 영역에 있다고 말합니다. “CO₂저장소가 지진 등의 외부 충격에 버틸 수 있는 정도에 대해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상용화되어 있으며, 실제로는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포집된 CO₂는 대염수층[12]이라고 하는 보통 800m에서 3km 정도의 깊이의 깊은 지하에 주입해 저장합니다. 이때 CO₂는 액체에 가까운 상태로 주입되고 공극수[13]에 용해되어 가라 앉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누출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집니다. 물론 초대형지진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누출 문제에 대해 고민해볼 수는 있겠지만, 진도 6 미만의 자연지진에 대해서는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12] 소금물을 포함하고 있는 지층으로 넓게 분포되어 있어 CO₂ 저장에 적합
[13] CO₂가 저장되는 대염수층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물을 지칭함
지하에 CO₂를 주입했을 경우 압력이 상승하여 지진을 유발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는 정밀한 분석 및 엄격한 기준에 따라 CO₂저장소를 선정하고 운영하여 인공적으로 지진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CO₂ 누출 여부를 정밀하게 검사하는 모니터링 기술이 발달하고 있으며, 누출이 발생했을 경우 즉시 차단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더하여 권단장은 지금까지 CO₂의 누출 관련 사례가 없었으며 “위험성을 기술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다시 한번 CCS의 위험성이 과대하게 평가되고 있음을 지적하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안전하다고 설명해도 필요성을 모르면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CCS의 필요성을 알리고 수용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CCUS 기술 수준은 선도국가 대비 약 80%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민간 참여가 확대되며 상용화 단계로의 발전 등의 성과를 빠르게 이루며 선도국가 수준으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권 단장은 CCUS 기술 확보를 위해 산업 간 연대를 통한 신사업 추진과 함께 기술개발(R&D) 허브 및 클러스터 구축을 제안했습니다. 이를 통해 실증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기술력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제도적으로도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 등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연을 마치며 권 단장은 탄소중립에서의 CCUS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탄소중립은 기후변화 속에서 우리가 살길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물론 특정 기술분야가 탄소중립을 견인하는 것보다는 탄소 감축을 위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믹스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오늘 살펴본 것처럼 여러가지 방안 속에서도 CCUS는 탄소중립 달성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