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bes 기고] “인공지능(AI), 전력망 위기에 현실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다”

유정준 SK E&S 대표이사 부회장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서 전기 생산의 간헐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들쑥날쑥한 전기 생산은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단점입니다. 한편 최근 전세계적인 폭염, 가뭄, 태풍, 홍수 등의 기후변화는 전기 소비량을 예측하는데 큰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즉 전기를 생산하는 쪽과 소비하는 쪽 모두 예측불가의 변동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대해 SK E&S 유정준 부회장이 글로벌 경제전문 매체인 <Forbes>에 해법을 제시했습니다.SK E&S 유정준 부회장이 기고한 글을 번역해 SK E&S 미디어룸 독자들과 나눕니다.

(원문 : Artificial Intelligence Can Bring Real Solutions To The Power Grid Crisis)

올여름 내내 미국과 유럽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극심한 화재와 인명 피해가 이어졌습니다. 미국 텍사스주를 비롯한 일부 지역의 경우, 이상 기후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여 전력망 운영사들이 순환 정전(Rolling Blackout)[1] 사태를 막기 위해 긴급 조치 수단을 꺼내 들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더위를 참다못한 사람들이 너도나도 에어컨을 가동하면서 전기 도매가는 메가와트시(MWh)당 5,00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1]  전국단위 대규모 정전사태를 막기 위해 지역별로 돌아가며 전기를 차단 시키는 것

한편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화씨(℉) 100도(약 37.7℃)에 달하는 날씨가 며칠 동안 지속되면서 전력망에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 가해졌습니다. 주(州) 전력공사에서 등록한 하계 기록에 따르면 일일 전력 사용량은 무려 2만 1,086메가와트시(MWh)에 달했습니다.

북미 전기 신뢰성 공사(NERC)는 여름철을 앞두고 미국 전력망의 대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지난여름 텍사스와 캐롤라이나를 비롯해 미국 대부분 지역을 강타한 폭염으로 인한 전력 소비 증가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극단적 이상 기후 현상은 점차 심각해지며 그 빈도 또한 잦아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전력망의 신뢰도는 그다지 시급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전력이 태양광과 바람 등에 의존하지 않는,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 연료에서 생산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전력망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더 높아졌습니다. 미국 에너지 정보청(IEA)에 따르면 미국의 재생 에너지 발전량은 전체 발전량의 12%가량을 차지합니다.

지속 가능 그리드 구축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기후 변화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수준까지 배출량을 낮추려면 기후 변화의 주범인 화석 연료의 비중을 줄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태양광과 풍력은 햇빛이 비치거나 바람이 불 때만 간헐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보다 우려되는 것은 재생 에너지 발전과 전기 자동차(EV)의 보급이 아직 미진한 상태에서 앞서 말한 텍사스, 캐롤라이나의 전력망 부하 사건들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풍력/태양광 발전 증가와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 전력망 위기는 훨씬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송전선을 증설해야 합니다. 미국 에너지부는 바이든 정부의 인프라법의 일환으로 국가 전력망을 향상하고자 더 나은 그리드 이니셔티브(Building a Better Grid Initiative)를 발족했습니다.

해당 이니셔티브는 전력망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충분히 가치가 있는 첫걸음입니다. 하지만 전력망과 같은 정교한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가, 또한 대형 전력망은 통상 기피 시설로 여겨집니다. 따라서 마이크로그리드 레벨에서 개발된 분산형 솔루션이 추가로 필요한 실정입니다.


AI
기반 에너지 저장 장치(ESS)

AI 알고리즘 기반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은 전력망 최적화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저장하고, 저장된 전력을 필요한 곳에 전송(offload), 활용하는 것을 뜻합니다. 차세대 ESS는 전력망에 과도한 부담을 가하지 않고도 동시에 많은 수량의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습니다. 전력망이 풍력/태양광 전력을 효율적으로 전송하기 위해서는 독립형(stand-alone) ESS가 필요한데, 최근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최초로 이러한 유형의 ESS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했습니다. 이는 핵심 전력망 솔루션을 구현하기 위한 바람직한 조치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ESS+AI 기반 솔루션 재생 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전송 및 저장할 최적의 타이밍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전력망 사업자들은 피크 시간대에 충분한 전기를 공급하여 전력망을 안정화하고, 전기차 이용자에게는 친환경 전력을 최저가에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이와 같이 AI기반 ESS가 가져다주는 효율성은 전 세계적으로 화석 연료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전기차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가 탄소 중립(Net Zero) 미래로 나아감에 따라 SK는 전력망 신뢰성을 제고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솔루션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SK그룹 산하의 에너지 기업인 SK E&S는 지난해 미국 내 에너지 저장 솔루션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Key Capture Energy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력부하를 효과적으로 관리, 제어하는 전기차 충전 업체인 EverCharge에 투자한 바 있습니다.

 

지난 7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백악관에서 진행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상 면담에 참여한 유정준 SK E&S 부회장 겸 SK 북미대외협력총괄(왼쪽에서 두 번째)(출처 : 백악관 스트리밍)

혁신을 통한 견고한 전력망 운영

지난여름의 이상 기후 현상은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에도 기후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극명하게 일깨워주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 에너지 시스템을 대담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생 에너지가 탄소배출을 다소 억제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불안정한 전력망에 의해 빈번한 순환 정전과 같은 대가가 뒤따를 것입니다. 따라서 재생 에너지 확대와 함께 발생하는 전력 부하를 분산시킬 수 있는 최적화된 전력망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AI 알고리즘을 널리 배치하면 값비싼 송배전 인프라를 증설하지 않고도 전력망의 신뢰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